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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홍차] 트와이닝스, 프린스 오브 웨일즈 (feat.온느씨 낭만냐옹 고양이 냥찻잔)

트와이닝스, 프린스 오브 웨일즈

(Twinings, Prince of Wales Tea)

 

비 오는 날이면 약속한 것처럼 부침개를 부쳐 먹듯이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꺼내 마시는 차가 있다.

속칭 왕자님이라 불리는 이 차는 홍차에 많은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국 '트와이닝스'의 차다.

 

홍차 입문자들은 아마 열에 여덟, 아홉은 트와이닝스의 샘플러를 구매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고등학생들로 비유해보자면 수학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그럼 트와이닝스는 홍차계의 홍성대씨......??)

 

 

이 왕자님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트와이닝스는 1921년 영국의 황태자를 위해 이 차를 블렌딩 했는데, 그 황태자는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배우

콜린 퍼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선사한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낚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조지 6세는 아니고, 그의 형인 에드워드 8세에게 헌정된 차다.

 

 

영국의 황태자를 위해 만들어진 차라고 하니 영국 차의 정석을 맛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 차는 중국의 차로 블렌딩 되어있다.

 

황태자를 위해 블렌딩 되었다는데 그 황태자는 왕위를 내려놓고 차 맛은 너무나 중국 차의 맛이고!

 

거기에 검은색 틴을 보고 아주 씁쓸한 맛을 상상했다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맛에 또 한 번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건엽의 색깔을 보고 향을 맡아보면 틴의 색깔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프린스 오브 웨일즈는 중국의 기문 홍차와 운남 홍차의 조합인데, 이 차에서도 기문의 외형적 특징인 흑색의 빛깔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향을 맡아보면 은은한 난초 향과 함께 약간은 매캐한 냄새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매캐함을 우리는 훈연향이라고 하는데 연기를 색깔로 표현하면 당연 검정색이 아닐까?

 

 

이 어두운 빛깔의 찻잎을 3g 준비해 90~100°C의 물 300ml에 3분간 우리면 투명한 붉은 수색의 차를 마실 수 있다. 조금 더 진하게 우려 영국식 밀크티로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밀크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그렇게 마셔본 적은 없다.

 

 

이 귀여운 고양이의 발을 감싼 꼬리를 구경하려면 스트레이트 티로 마셔야 하기도 하고 ㅋㅋㅋ

 

고양이를 구경하며 차를 마시다 보면 기문 홍차의 은은한 난향과 훈연향을 느낄 수 있고, 약간은 보이차 같기도 하고

고구마 같기도 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고구마의 단맛은 사실 '아쌈'의 특징 중 하나인데 아쌈을 마실 때와는 다르게 목넘김이 무겁지 않아 오후에 마시기 좋다.

 

 

미각이 예민한 편이 아니라 남들이 마시는 걸 따라 (잘 어울리기는 하는 것 같다는 정도의 감상을 가지고) 비 오는 날에 마시고, 고기 먹고 마시고, 백순대 먹고 마시고, 그렇게 마셨다.

 

 

꾸준히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그건가? 싶은 때도 있다.

 

처음부터 차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비 오는 휴일 오후를 위해 프린스 오브 웨일즈 티백을 준비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