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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홍차] 오설록, 달빛걷기 (feat.웨지우드 원더러스트 미드나잇 크레인)

오설록, 달빛걷기

 

 

차라고는 녹차 티백 밖에 안 마셔본 사람도 이름은 들어 봤을 거 같은 오설록.

 

달빛걷기는 오설록의 차 중에서도 자주 추천되는 편으로, 제주도 밤바다의 은파금파를 이미지화한 차다.

 

내가 좋아하는 꿀처럼 달콤한 배 가향에 달빛걷기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봤는데 어떻게 안 살 수가 있지....?

 

 

사실 제목에는 달빛걷기를 홍차라고 떡하니 적어놨지만 이 차는 엄밀히 말해서 홍차가 아니다.

 

홍차(紅茶)라고 하기에는 수색이 붉지 않으며, 상자에도 '후발효차'라고 표기되어 있다.

나도 차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홍차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녹차와 홍차, 그리고 한국의 발효차

녹차와 녹차 이외의 차를 구분하는 기준은 찻잎의 발효 유무이다.
녹차 이외의 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다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 발효를 강하게 시킨 차를 '홍차'라고 한다.
그리고 녹차로 만들었을 때 맛있는 찻잎과 홍차로 만들었을 때 맛있는 찻잎은 따로 있다.


즉, 우리나라의 찻잎은 중국종이라 불리는 소엽종으로 녹차에 적합한 찻잎이다.


서양 사람들은 홍차를 하루에 6잔씩 마시고 홍차를 계기로 독립도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茶)'하면 녹차를 먼저 떠올린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녹차=티백이라는 다른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에 한국의 차 생산자들은

① 찻잎의 강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질 좋은 녹차를 홍보한다.
② 홍차 최상의 맛을 낼 수는 없을지라도,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살릴 수 있는 발효차를 개발한다.

이 중 두번째 전략으로 눈을 돌렸고, 오설록 외에도 여러 다원에서 홍차를 비롯한 발효차를 생산하고 있다.


나도 막 차에 입문했을 때 황토방을 이용해 홍차를 생산한 다원에 대한 자료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한국 차 시장을 넓혀보고자 하는 차 생산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내용은 제가 차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참여했던 티 클래스 수업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오류가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꾸벅)

 

 

오설록의 티백은 1개당 90°C의 물 150ml에 2분을 우린다.

 

티팟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방심했더니 찻잔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아 150ml의 물이 안 들어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

 

 

가향은 은은해, 마시고 나서도 입에 향이 남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배의 달콤함을 별사탕으로 채워줘서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식후보다는 공복에 마실 때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차 맛이 강한 편은 아니라 아침 차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루 중 가장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오후 2~5시에 마신다면 약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단맛이 기분 전환을 도와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