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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녹차] 떼오도르, 트레디셔널 나나 모로코 (feat.웨지우드 콜롬비아 세이지그린)

떼오도르, 트레디셔널 나나 모로코

(THEODOR, TRADITIONAL NANAH MAROCCO)

 

이태원에서 조금 더 가면 '떼오도르' 티룸을 찾을 수 있는데, 사실상 이 공간 말고는 떼오도르의 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정말 맛있는 차가 많지만 접근성이 안 좋기 때문에 같은 프랑스의 '포숑'이나 '마리아쥬 프레르'보다는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차를 구매할 수 있지만, 맛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시향 해보지 않은 차를 덜컥 100g씩 사기는 어려움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늘 마신 떼오도르의 '트레디셔널 나나 모로코 티'는 나에게도 여러모로 생소한 차였다.

 

 

이름에서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차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즐겨마시는 '아타이'.

우리에겐 모로칸 민트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모로코의 전통 음료에서 영감을 받아 블렌딩 된 차다.

 

모로칸 민트티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찾아보면 '중국의 녹차'와 '나나 민트 잎'을 이용해 차를 우리며, 원하는 만큼의 '설탕'을 첨가해 마신다고 한다.

 

'트레디셔널 나나 모로코'는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건파우더 그린 티(중국) 83%,  나나 스피어민트 잎 16.5%, 향(스피어민트)으로 블렌딩되어 있다.

 

 

차를 여는 순간 우리에게 친숙한 민트껌의 향기가 솔솔 올라와 그 시원하고도 달콤한 향을 맡으며, 푸릇푸릇한 찻잎을 상상한다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건파우더 그린 티라고 불리는 중국의 녹차 '주차(珠茶)'는 동글동글하게 말린 생김새와 어두운 빛깔이 마치 '화약'을 닮았다 해서 gunpowder(화약)이라고 불리는 차이기 때문이다.

 

'나나 민트 잎' 또한 갈색 빛이 섞인 어둑어둑한 느낌이었다.

 

 

모로코 현지 방식으로 차를 우리려면 전용 티팟이 필요한데 나는 전용 티팟은 고사하고. 계량컵으로 간이 티팟을 만들어 차를 우렸다. 😅

 

참고로 전통적인 방식의 모로칸 민트 티는 'berrad'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티팟에 차의 씁쓸한 맛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 뒤 티팟을 불에 직접 가열하는 등의 복잡한 방법으로 완성된다.

 

나는 이 차를 떼오도르 공홈의 추천을 따라서 80°C의 250ml 물을 준비해 2-3분간 우렸다.

 

 

동글동글하게 말려있던 녹차 잎이 퍼지면서 녹차라고 하기에는 짙은 빛의 수색의 차가 완성된다.

 

사진상으로는 어두운 노란빛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간 더 붉은빛을 보이며 주황색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는 건파우더 그린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모금 마셔보면 연기 같은 냄새(훈연향)가 느껴지며 맛도 씁쓸한 편이라 색뿐만 아니라 맛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띈다는 느낌이었다.

부드러움보다는 짙다는 인상이었지만 깔끔한 맛이다.

 

 

오리지널 방식처럼 씁쓸한 맛을 제거하진 않았지만, 설탕을 넣어 마셔보면 어떨까 호기심이 생겨서

차덕들의 필수템인 앵설(라빠르쉐 앵무새 설탕)을 1조각 넣어 마셔보기도 했다.

 

그리곤 설탕을 넣어 마시기 전보다 오히려 오리지널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언젠가는 현지에서 맛볼 수 있겠지...?

 

 

내 취향을 덧붙이자면, 설탕을 넣을 땐 아이스 티가 개인적으로 더 좋았고, 핫티는 설탕 없이 깔끔한 맛을 즐기는 쪽이 마음에 들었다.